체감물가는 왜 이리 비싸지? 검색하면 안 나오는 이유
뉴스에서는 물가가 안정세라고 보도하는데, 막상 마트나 편의점에 가보면 예전보다 훨씬 비싸게 느껴지죠. 식사 한 끼 값도 훌쩍 올랐고, 커피 한 잔 가격도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정작 검색해 보면 ‘공식 물가 상승률’은 그렇게 높지 않게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공식 물가지수의 계산 방식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 지표는 대부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수치는 통계청이 전국 가구의 소비 패턴을 조사해서, 약 460여 개 품목의 평균 가격 변동을 반영해 만든 지표입니다. 매달 기준 시점 대비 몇 퍼센트 올랐는지를 비교하며,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CPI는 전체 품목의 평균값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식이나 간편식에 지출이 많은 1인 가구는 CPI보다 훨씬 높은 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됩니다. 반면 자차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사람은 유류비 상승 영향을 적게 받을 수도 있죠.
저도 한동안 라면, 커피, 배달 음식 중심의 소비를 하던 시기에 뉴스에서 발표하는 물가 상승률과 전혀 맞지 않는 체감이 있었습니다. 그때 ‘왜 검색해서 나오는 숫자는 내 체감과 다른가’라는 의문을 처음 갖게 됐어요.
자주 사는 품목의 인상 폭이 큼
사람들이 ‘물가가 비싸졌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자주 구매하는 생활밀착형 품목 가격이 집중적으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 편의점 도시락, 배달비, 삼겹살, 라면, 휴지 같은 품목은 일상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품목은 CPI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전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 수 있습니다. 반면 통계적으로는 비중이 크지만 자주 소비하지 않는 항목들, 예를 들면 고급 전자제품이나 일부 서비스 항목은 체감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죠.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삼겹살과 배달비는 각각 전년 대비 9% 이상 상승했지만, CPI 전체 상승률은 3% 중반대였습니다. 자주 사는 물건만 계속 오르니 체감은 훨씬 비싸게 느껴지는 겁니다. 저 역시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배달앱 결제를 할 때마다 예산 초과가 반복됐던 시기를 지나면서, 공식 지표보다 내 지갑이 말해주는 ‘진짜 물가’를 더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고정지출보다 변동지출 체감이 큼
물가에 대한 체감은 고정비용보다 변동비용에서 크게 느껴집니다. 고정비용은 월세, 보험료, 통신비처럼 매달 비슷한 금액이 나가는 항목이고, 변동비용은 외식비, 간식비, 쇼핑비처럼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항목입니다.
CPI는 고정비용과 변동비용 모두를 포함하고 있지만, 개인은 변동비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외식비가 5000원에서 7000원이 되면 당장은 몇 천 원 차이지만, 누적되면 체감 부담은 훨씬 커집니다. 특히 소득이 일정한 상태에서 자주 쓰는 항목의 가격이 오르면, 생활 여유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게 되죠.
제가 생활비 앱을 쓰면서 지출 분석을 해봤을 때, 변동비용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건 외식과 배달이었습니다. 이 항목이 많을수록 ‘물가 진짜 너무 올랐다’는 느낌이 강해지더라고요.
개인 생활패턴과 물가의 괴리
각자의 소비 성향과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수치를 보더라도 체감물가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혼자 사는 사람, 맞벌이 부부, 자녀가 있는 4인 가족, 시니어 세대 등 각각 소비하는 품목도 다르고 소비 비중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20대는 간편식과 배달 음식을 주로 소비하고, 50대 이상은 직접 장을 봐서 요리해 먹는 비율이 높습니다. 배달비나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이 올랐을 때, 20대는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2022년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구 형태에 따라 물가 체감 수준에 1.5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자취 시절과 결혼 후 생활비 구성을 비교해보니, 외식이 줄어든 만큼 물가에 대한 민감도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인플레이션 심리의 영향
물가에 대한 체감은 심리적인 요인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한 번 물가가 올랐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이후에는 작은 인상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이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라고 부르며, 경제학에서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다뤄집니다.
예를 들어, 한 번 5천 원이었던 커피가 6천 원이 되면, 다음에 6,300원이 되어도 ‘와, 또 올랐네’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 상승률은 작지만 심리적으로는 훨씬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심리는 소비 패턴을 바꾸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체감물가가 너무 오른 시기에 배달을 줄이고 장보기를 늘리는 쪽으로 습관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니 ‘덜 비싸다’는 감정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결국 물가 체감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정서적인 문제도 포함하고 있는 거죠.
체감물가는 단순히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CPI 같은 공식 지표와 달리, 개인의 소비 습관, 자주 쓰는 품목, 생활 방식에 따라 체감 정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검색해서 나오는 공식 통계만 보면 왜 이리 비싼지 이해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우리 각자의 삶이 반영된 또 다른 물가지표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내 생활에 맞는 ‘진짜 물가 감각’을 갖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경제 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